배송기사로 오래 일했지만 결국 회사를 나온 이유
이번에는 배송기사 계약과 회사를 나온 이유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당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라면 훨씬 거친 말을 쓰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글의 목적은 특정 회사를 찾아가서 욕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지역도, 지점도 밝히지 않겠습니다.
제가 그 회사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면서 직접 겪었던 일만 적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배송 일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아, 계약할 때 이런 것도 확인해야 하는구나”라는 것 하나만 가져가셨으면 합니다.
처음 배송기사 계약을 할 때는 이런 구조인지 몰랐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배송기사 계약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회사의 계약 구조를 얼마나 알겠습니까.
일자리가 있다고 하고 차량을 준비해서 계약하고 일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들어갈 당시 기억으로는 ‘화물 컨설팅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약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냈습니다.
당시에는 “원래 이런 건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그렇게 안 할 겁니다.
100만 원이든 10만 원이든 돈을 내라고 하면 먼저 물어볼 겁니다.
“정확히 무슨 비용입니까?”
“이 돈을 내면 회사가 무엇을 제공합니까?”
“계약서 어디에 적혀 있습니까?”
“환불 조건은 있습니까?”
신입 때는 이런 걸 잘 못 묻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받았던 기본 정산액
정확한 숫자는 오래돼서 기억이 조금 흐립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당시 현장에서 ‘기본급’이라고 부르던 기본 정산액이 150만 원대 후반에서 160만 원대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큰 폭으로 한 번 올라갔습니다. 대략 300만 원 수준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좋았습니다. 기사 입장에서 받는 돈이 올라가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범위에서는 그 뒤로 기본 정산액이 오랫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물가는 계속 변하고 차량 유지비도 들어갑니다. 기름값과 보험료를 내고, 타이어와 엔진오일도 갈아야 합니다.
그런데 기사가 체감하는 기본적인 보수 구조는 그대로였습니다.
돈은 올랐는데 다른 비용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기본 정산액이 크게 올라갔을 때는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계속하다 보니 기사에게 적용되는 다른 비용이나 단가도 같이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기사 입장에서는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내가 좋아진 게 얼마나 되지?”
회사에서는 자신들의 조건이 업계에서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 회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전체 비용과 남는 돈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항목만 떼어놓고 “우리가 싸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기사 통장에서 실제로 1년 동안 빠져나간 돈을 전부 계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배송기사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총액을 봐야 합니다
배송기사에게 중요한 건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기본 정산액이 얼마인지, 건당 얼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차량 비용과 보험료, 기름값이 얼마나 나가는지도 봐야 합니다.
회사에 추가로 내는 돈이 있는지, 용차가 발생했을 때 누가 부담하는지, 차량이 멈추면 누가 책임지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걸 전부 봐야 합니다.
하나를 올려주고 다른 곳에서 빠져나가면 기사에게 실제로 남는 돈은 생각만큼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송기사 계약을 할 때 월수입 숫자 하나만 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건이 좋아질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오래 일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이런 기대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건이 또 좋아지겠지.”
회사도 성장하고 물가도 오르고 배송 환경도 달라집니다. 언젠가는 기사들의 기본적인 정산 구조도 다시 조정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동안에는 제가 기대했던 만큼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생각했습니다.
“여기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결국 회사를 나올 때 업계 관계자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기사에게 지급되는 기본적인 보수 구조를 앞으로 더 개선할 의지가 별로 없어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당시 제 판단이었습니다.
나갈 때 또 한 번 황당했습니다
오래 일하고 결국 계약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당연히 회사에서 계약해지와 관련된 서류나 양식을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과정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결국 계약해지 의사를 적은 문서를 제가 직접 만들어서 담당자에게 가져다줬습니다.
그때 참 허탈했습니다.
몇 년 동안 기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한 회사라면 계약을 시작할 때뿐 아니라 끝낼 때의 절차도 어느 정도 정리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문서까지 내가 만들어서 가져다주고 있으니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회사 업무까지 대신하고 있는 건가?”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제가 당시에 느꼈던 감정입니다.
시스템이 참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약할 때보다 나갈 때 회사가 더 잘 보입니다
처음 들어갈 때는 잘 모릅니다. 신입이니까요.
회사가 설명해주면 그런 줄 알고, 선배가 “원래 다 그래”라고 하면 그런 줄 압니다.
그런데 몇 년을 일하고 나면 보입니다.
회사가 기사에게 어떤 비용을 받는지, 돈을 올릴 때 어떤 방식으로 올리는지 알게 됩니다. 기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배송기사 계약을 끝내려는 사람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보입니다.
저는 그래서 오히려 회사를 나오는 과정에서 그 회사의 운영 수준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컨설팅 비용이라고 하면 바로 내지 마세요
제가 지금 신입으로 돌아가 배송기사 계약을 앞뒀다면, 누군가 “컨설팅 비용입니다”라고 돈을 요구해도 바로 내지 않을 겁니다.
먼저 문서로 확인하겠습니다.
정확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왜 내가 내야 하는지 물어볼 겁니다. 다른 회사도 일반적으로 받는 비용인지, 계약을 하지 않으면 반환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중도에 그만두면 어떻게 되는지, 영수증은 발행되는지도 물어볼 겁니다.
당시의 저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배송을 시작하는 기사님들은 적어도 저보다는 한 번 더 물어봤으면 합니다.
‘기본급’이라는 말도 그대로 믿지 마세요
저처럼 개인사업자나 위수탁 형태로 배송한다면 회사원이 받는 월급과 구조가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편하게 “기본급 얼마예요?”라고 말하더라도 실제 계약서에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고정으로 보장되는 금액인지, 조건이 붙어 있는지 봐야 합니다. 물량에 따라 달라지는지, 추가 비용이 있는지,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무엇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입으로 들은 월 300만 원과 계약서에 적힌 월 300만 원은 의미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말보다 계약서를 먼저 보겠습니다.
특정 회사를 찾아내라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아마 예전에 저와 같은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으면서 자기 기억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글에서 회사 이름을 밝힐 생각이 없습니다.
어느 회사인지 맞혀보라고 단서를 던질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다음 배송기사가 저와 똑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계약하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겪었던 구조만 남기는 겁니다.
회사도 기사에게 요구하는 만큼 보여줘야 합니다
회사에서는 기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시간을 맞추고 배송을 제대로 하라고 합니다. 고객 불만이 생기지 않게 하고 차량을 관리하며 계약을 지키라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니까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회사에도 묻고 싶습니다.
그러면 회사는 기사에게 무엇을 보여줬습니까?
비용 구조는 충분히 설명했습니까? 오랫동안 일한 기사의 조건을 개선하려고 고민했습니까?
계약 종료 절차는 제대로 준비되어 있었습니까? 기사에게 규칙을 요구하는 것만큼 회사의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었습니까?
저는 이런 질문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결국 나온 이유
한 가지 사건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사람 때문에 지친 것도 있었고, 선배 기사들과의 관계도 있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돈 문제도 있었습니다.
몇 년 동안 일하면서 생각해봤습니다.
“앞으로 여기서 계속 일하면 내 상황이 얼마나 더 좋아질까?”
제 답은 별로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왔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회사였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잘 다니는 기사도 있을 겁니다. 그걸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더 이상 계속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회사였습니다.
차량만큼 중요한 게 계약입니다
당시 제 감정을 욕 한마디로 표현하면 훨씬 쉽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이 글에서 남는 게 욕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겪었던 걸 적었습니다.
처음 들어갈 때 냈던 비용, 처음 받았던 정산액, 한 번 크게 올랐지만 그 이후 제가 느끼기에 정체돼 있던 보수 구조를 적었습니다.
기사 입장에서 같이 늘어났다고 느꼈던 여러 비용과 회사를 나가면서 계약해지 문서까지 직접 만들어 제출했던 경험도 남겼습니다.
이게 제가 기억하는 제 배송기사 생활의 한 부분입니다.
이 글을 읽는 신입 기사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회사 말을 무조건 의심하라는 게 아닙니다.
대신 확인하세요.
돈을 내라고 하면 왜 내는지 확인하고, 많이 준다고 하면 무엇을 빼고 남는지 확인하십시오. 계약한다고 하면 어떻게 끝낼 수 있는지도 확인하세요.
배송기사에게 차량만큼 중요한 게 계약입니다.
저는 몇 년을 일하고 나서야 그걸 알았습니다.
여러분은 들어가기 전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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